2010년 04월 03일
팬질
팬질을 하는 방식에는 여러 형태가 있을테지만, 가능한 나는 집착을 안하도록 노력해왔던 것 같다. 연예인을 아주 대단한 존재라거나 빛나는 존재라고 생각한 적도 없다.(생각하지 않도록 노력했다는 말이 정확하겠네)
예를 들면, 난 희철이가 연기를 하는 게 '매우' 별로다. 애초에 본인의 캐릭터가 매우 강하기 때문에 언뜻 자연스러워보이기는 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캐릭터를 깊이 이해하고 고찰하는 능력이 없어보인다. 반대로 버라이어티를 하는 희철이는 매우 좋아한다. 재치만점에 지나치게 튀는 캐릭터로 잡음이 나올 떄도 있지만 그것도 하나의 개성으로 느껴져 나는 무척 좋다. 그리고 가수로서의 희철이도 좋아한다. 극적인 연출에 무척 강한 편이고, 다소 비정상적인 헤어스타일이나 코디도 무대위에서는 허용이 되고, 노래를 못부른다 자학하지만 내가 보기엔 목소리가 좋아서 나쁘지 않다.
하지만 자기가 연기하는 데 욕심이 있다면.... 나는 말리고 싶은 마음은 안생긴다는 거지. 이왕 하는 거라면 아주 잘되면 좋다는 거지. 그런데 지금처럼 막장 드라마에, 한 회당 몇 분도 안나왔던 이 상황은 아주 짜증스럽고, 본인이 느낄 스트레스를 생각하면(암만 해도 팬보다 본인이 더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까!) 더 기분이 나쁘다.
하여간, 가능하면 본인이 원하는대로 마음껏 하고, 그리고 그만큼 소득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게 내 바람인데. 그렇다고해서 얘가 점점 연기로 깊숙히 들어간다고 하면, 나는 '야~~잘되거라~~~'하면서도 버라이어티나 가요프로그램만큼 드라마를 챙기진 않을거고, 점점 관심이 떨어져서 어느 순간에는 팬이라는 말이 머쓱할 정도로 희철에 대해 아는 게 없어지겠지.
그러다가 내 맘을 또 홀랑 들고 튀는, 그런 이쁜 애를 만나면 또 아이돌 팬질을 해대지 않을까. 팬도 사람이고 연예인도 사람인것처럼, 팬으로서의 내가 연예인으로서의 희철에게 기대하는 바가 있는데 그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한다면, 난 결국 마음이 서서히 멀어질테지. 희철이가 나에게 원하는 걸 주지 못했으니까.
그건 서운한 일이지만 전혀 없을 일도 아니다.
희철이는 연예인이니까 팬덤의 미묘한 분위기나 권력구도를 이해못하는 건 당연한 것 같다. 그래서 나는 희철이가 엘프칭구들의 편을 들거나 했을 때도 별로 섭섭했던 적이나 맘 상했던 적이 없다. 모르는 게 당연하니까. 어쨌든간에 사건의 원인도 엘프가 제공했지 희철이는 맥락을 모르고 껴들어서 거든 것일뿐 희철이가 잘 못한 건 아니니까. 희철이가 팬들이 한 없이 받아주기만 바라는 것도 당연한 것이라고 본다. 누구도 자기에게 싫은 소리 해대는 건 듣기 싫으니까. 제 하고 싶은 머리 하는 것도 당연한 거다. 자기가 삭발을 하든 수염을 하든 무슨 상관이야. 개인의 취향인데....
그런데 그렇게 '내 마음이야'하다가 팬들은 그냥 멀어진다는 거. 난 사실 희철이 얼빠인데, 희철이 얼굴 잘 안챙겨본지 좀 됐다. 그냥 이렇게 멀어지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고뇌같은 건 별로 안한다. 사랑이 깊을수록 고뇌도 깊어지는데, 사랑이 식으면 고뇌도 별로 안하게 된다. 이러다가 희철이가 뭔가를 하나 빵 터뜨리면 또 금방 불타오를 수도 있지만 (그걸 바라고 있지만), 지금은 뭐 그냥 그런 거 같다.
팬이 연예인의 사생활을 다 존중하고, 연예인의 취향을 두고 이렇게 했으면 저렇게 했으면 하는 말 안하고, 어떤 행보를 걷든 지지만 할게요 라고 말하는 순간 그 팬은 그냥 감정의 퇴보를 걷게 된다. 바라는 게 없고, 내 맘에 꼭 든다, 정말 멋지다라는 감정이 줄어들면서 나중에는 멀리서 지켜봐도 괜찮아진다. 꼭 안 챙겨봐도 되고, 꼭 안달하지 않아도 되고, 1등 안해도 별로 신경안쓰이고, 투표에도 연연하지 않는다.
닥찬이니 닥숭이니 라는 말을 진심으로 한다면, 절로 그렇게 숭배하고 싶게끔 정말로 희철이가 멋져졌으면 좋겠다. 여러의미로 멋져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밀당을 좀 잘했으면 좋겠다. 팬과 연예인 사이에도 밀당이 필요하다.
# by | 2010/04/03 00:06 | 트랙백 | 덧글(1)



